도쿄 레이븐스 1권 리뷰입니다.
원래는 시드 노벨 올트로스 언더고 리뷰를 할 까 했는데 그건 다음에 1~2권 몰아서 하기로 하고 도쿄 레이븐스를 선택했습니다.
도쿄 레이븐스는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열심히 읽은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유별난 특이함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진부하지는 않은 그 미묘한 조화가 맘에 들었거든요.
전작인 BBB도 나름 맘에들어 몇 권 읽었지만(시골 서점에서 기적적으로 구했습니다.) 결국 나름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인정하면서도 끝내 포기한 상태입니다. 말초적인 재미가 부족하고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짜여 있어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등 흥미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문제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설정이나 배경묘사, 섬세한 액션묘사 같은 장점으로 덮기 힘들더군요.
그런 면에서 이 도쿄 레이븐스는 여러모로 아자노 코우헤이 작가가 한 단계 발전했다고 봅니다. 예측하기 힘든 전개, 강한 개성이 느껴지는 캐릭터들로 단점을 보강하고 세련된 음양술의 설정과 복잡하면서도 깔끔한 액션 묘사 등 장점은 죽지 않았습니다. 괜히 단점 보강하다 장점 죽이는 작가가 많은 것에 비하면 훌륭한 성장이네요.
1권의 내용은 전체 시리즈로서는 정확히 프롤로그입니다. 음양사로서의 재능이 없어서 음양사의 길을 거부하는 소년 츠치미카도 하루토라가 여러 사건을 겪고 음양사가 되기로 결심하는 내용이죠. 단순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상당히 파격적인 전개가 난무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 츠치미카도 나츠메와는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헤어졌다 싶었는데 난데없이 거물급 음양사인 다이렌지 스즈카에게 휘말리게 됩니다. 히로인 인줄 알았던 여자 아이 호쿠토가 식신이라는게 밝혀지고, 하루토라가 마음을 다잡고 싸움을 걸었지만 스즈카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다가 되려 보스격이었던 스즈카는 자신의 의식에 휘말리고 하루토라와 나츠메는 스즈카를 구해내고 간신히 이야기를 마칩니다.
폭발전인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생각보다 되는 것은 없습니다. 아니, 과격하게 말하자면 보스의 계획이 그대로 진행되었으며 주인공 일행은 그것에 저지는 커녕 방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계획이 실패한 건 어디까지나 계획 그자체의 문제점 때문이었지 주인공 일행이 뭔가를 해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결국 다소 괴이쩍게도 주인공이 일행이 성공한 건 단 하나 스즈카를 구해낸 것 뿐이지요. 나츠메에 한해서라면 하루토라를 음양사로 이끌었다는 성과도 있었지만 그건 예외로 칩시다.
이건 근본적인 이유는 다이렌즈 스즈카가 1권에 등장하기에는 너무 거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후속권에서 들어나는 스즈카 이상가는 12신장들의 위엄은 배제하더라도 1권에서 보여준 스즈카의 포스만으로도 나름 천재 소리 듣는 나츠메나 숨은 재능이 있는 하루토라도 어찌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스즈카에게 입힌 실질적인 피해는 전무하며 의식의 진행을 조금 늦추기라도 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스즈카가 의식의 진행에만 신경써서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았기에 두 사람이 그럭저럭 몸 성히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던 셈이지요.
나름 명문가의 주인공과 천재라는 히로인을 등장시킨 것 치고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작품도 요즘은 보기 힘들듯합니다. 최근 멋지고 강한 주인공이나 히로인들이 1권의 어설픈 보스 따위는 클라이막스 쯤에 박살내는 것과는 많이 다른 전개지요. 하지만 그런 것 치고 전개가 답답하거나 절망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평소 태도와는 달리 숨은 근성이 있는 하루토라와 역시 겉모습에 비해 굉장히 능동적인 나츠메의 콤비가 무척 적극적이었기 때문인데요. 여러모로 캐릭터 구성은 잘했네요.
이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그 핵심은 1권 등장용 히로인 호쿠토의 존재입니다. 초반부터 쉬지 않고 등장해 매력적인 모습을 뽐내면서 히로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게 했다가 결정적인 순간 식신이라는게 밝혀지며 사라지는 모습은 말 그대로 거짓말의 체현입니다. 주술의 진수가 거짓말이라는 야코우의 말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네요.
사소하게는 스즈카의 오해를 그대로 넘어가 속여넘긴 하루토라의 거짓말이나, 이에 대한 스즈카의 보복성 기습 키스, 이후 나츠메가 보였던 태도등 1권짜리 내용에서 거짓말이 난무합니다. 고의는 아니어도 스즈카가 자기 목숨을 바쳐 오빠를 살려내겠다는 말에 한계를 지적했던 하루토라의 말은 스즈카가 자신에게 하던 거짓말을 관통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결국 거짓말이 난무하던 전개는 스즈카가 자신있어했던 태산부군제가 실패(?)해서 스스로가 위협받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속임수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복잡한 전개가 극단적인 파국에 도달한 것이 주술의 극한인 태산부군제라는 점은 여러모로 흥미롭더군요.
하지만 이런 파국적인 전개를 극복하건 자신에게의 거짓말을 그만두고 솔직하게 행동한 하루토라의 행동이었습니다.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왕도적인 결말을 낸 셈이죠. 이 점이 작품에 꽂힌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는 9권까지 읽었는데 거기서는 주술의 진수는 거짓말이라는 말에 다른 해답을 제시합니다. 어쩌면 그 해답은 이 때부터 제시되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들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이점이 이 작품을 메이저로 끌어올린 요소라고 보이는데 하나하나가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입체적이고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개성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 메이킹 방식 중 하나라서 취향에 꽂혔습니다.
하루토라는 정통 왕도 주인공입니다. 처음에는 주술과 자신의 옛 약속을 거부하며 거짓말쟁이로 있었지만 한 순간에 벌어진 많은 사건에서 겨우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길을 정합니다. 그러면서 결국 과거의 약속을 다시 지켜내며 거짓말의 관계를 신뢰관계로 바꾸었죠. 작품의 주제를 한 몸에 담은 주인공이었습니다. 대신 좀 평범한 인물상이라서 강한 매력은 느껴지지 못했네요.
호쿠토는 정말 대단한 반전요소였습니다. 언뜻 평범한 호감형 여캐라고 생각했다가 작품이 가장 달아오르는 결정적인 순간에 식신임을 밝히는 전개는 훌륭했고요. 사실 진실을 알고 다시 보면 여러모로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외향적인 여자 아이의 모습 그 자체였네요.
나츠메는 여러가지로 고생이 심했네요. 기껏 나름 기대를 품고 재회했다 언쟁만 벌이고 물러났고 마음 고생했다 싶더니 영력을 빼앗기고, 힘을 합쳐 싸우러 갔지만 일방적으로 털리고 에필로그에서도 헛기대만 했다 허탈해졌고요. 슬프게도 이런 성격에 이런 위치의 캐릭터는 고생길이 열린 것이나 다름 없네요. 끝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동시에 주변에 거짓말에 둘러싸인 이 소녀는 작품의 방향성을 전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스즈카는 1권의 페이크 보스였던 셈인데요. 사실 주인공이 위기에서 구해준 장면만 보면 1권의 히로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에도 말했듯 사실 지금 주인공 일행이 싸우기에는 너무 거물이었고 덕분에 거의 막힘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태도와 외양과는 별개로 극히 불안정한 내면과 심성을 가진 양면성, 이 작품의 핵심 중 하나인 태산부군제를 실현해낸 주술 능력과 그런 실력을 위해 겪은 어두운 과거까지, 사실상 1권에 한해서라면 한 몸에 이 작품을 담고 있는 캐릭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9권까지 읽은 지금도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였습니다.
토우지는 나중에는 나름 활약하지만 여기 1권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였다고 봅니다. 다만 이 친구가 꽤나 트러블 메이커였다는 점은 지적해야겠네요. 사실 스즈카와의 만남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 계기는 토우지가 마련한 꼴입니다.
식신은 도쿄 레이븐스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입니다. 일본식 주술 즉 음양술의 상징같은 소재이기도 하며 사실 음양술 관련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많은 식신이 등장하지만 여러 모로 흥미로운건 호쿠토가 식신이라는게 밝혀지며 소멸하고 그 다음에 하루토라가 나츠메의 식신이 되는 전개였습니다. 식신과 술자의 관계를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작품의 주술의 상징은 식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식신인 호쿠토와 하루토와의 교류는 마지막에는 반대로 하루토라가 식신이 되어 나츠메와 함께 하면서 이어지는데 이런 식신과 술자의 관계 역전 내지 좀 재미있는 모습이엇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복선을 다듬고 반전을 터트리는데 능숙하고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전작인 BBB(블랙 블러드 브라더스)가 솔직히 평이한 전개였던 것과 가장 큰 차이 중 하나인데 이 도쿄 레이븐스는 전개가 파격적이고 예상치 못한 결론이나 해답을 마구 제시하며 이제껏 독자들이나 작중 인물들의 상상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큰 흐름 자체는 무척 왕도적인 주인공과 일행들이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인데 정리하면 왕도적인 기둥에 다채로운 반전과 전개로 장식을 한 느낌입니다. 미리미리 복선을 깔면서 이걸로 예상 할 수 없게 연막을 치는 점은 이 작품에서 언급된 거짓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이 작품의 진수 중 하나는 분명 거짓말인 셈입니다.
사실 도쿄 레이븐스는 분명 완성도 높지만 취향을 많이 탑니다. 전개는 밝고 활기차 보이지만 생각보다 잘 풀리는 일은 없고 언제나 찝찝하거나 애매한 결과가 남습니다. 정교하고 섬세한 연출과 복선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잡해 보일 수 도 있죠. 캐릭터들은 입체적이고 다양하지만 대신 왠지 작위적인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스토리는 팍팍 진행되는 것 같지만 실제 중요한 부분은 무척 느리고 배경이나 조직 묘사가 너무 설명조에 매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런 문제로 9권이후로는 손을 잠시 떼고 있기도 하고요. 사실 맘 편하게 쑥쑥 읽을 수 있어 보이지만 여러모로 무겁고 느린 책입니다. 이건 작가 분 본인의 개성인 것 같네요.
그래도 이 책은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간만에 읽은 정통적이고 완성도 높은 라이트 노벨이었고 노력과 시간을 들인 가치는 충분했어요.
p.s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도 도쿄 레이븐'스'는 아닌 듯 합니다. 원래 번역하면 거의 100% '즈'로 번역하지 않나요? 사실 번역 문제에 있어서는 왠지 어색한 부분이 보이던데 말이죠.
p.s.2 일단 스포는 많이 알아서 일본 최근 권까지 상당수 스포는 압니다. 정말 충격전인 전개만은 최상급 작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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