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로마의 딸 - 14화 (부제 : 싸움 속에서) 만화 속의 반짝임


전쟁 장면이 오랜만에 나오는데 상당히 처절한 장면을 별다른 미화 없이 보여줍니다. 대낮의 야전으로는 프롤로그 이후 처음으로 보여주는 장면인데 그만큼 공을 들인 장면으로 보입니다. 어떤 영웅적인 묘사도 없이 그저 살고 죽이기 위해 싸우는 모습은 취향적으로는 맘에 듭니다. 다만 그만큼 설명 부족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문제일 수 있겠네요.

그런 처절한 전쟁터에서 크라수스는 이제까지의 뻔뻔한 모습과는 다른 패닉에 빠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답답해 보이지만 어찌보면 무척 인간적인 모습이죠. 크라수스가 근본적으로 군인이, 전사가 아니었단 점은 이후 그의 삶을, 죽음까지 결정하게 됩니다.

성 밖에서 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성 안의 카이사르는 성벽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선배 제관이 말리지만 이미 사제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한 카이사르는 오기에 가깝게 떨쳐내고 직접 전장을 눈으로 보려합니다. 여기서도 순간적으로 죽음과 시체에 대한 트라우마가 엿보이는 장면이 스쳐지나가며 카이사르의 심적 고통을 묘사합니다.

반면 전장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술라로서는 한쪽 날개를 맡은 크라수스가 사실상 태업하면서 지원도 없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죠. 심지어 지휘관이 술라에게도 공격이 날아올 정도로 다급한 상황임이 묘사됩니다. 그런데 그런 다급한 상황에서도 '마리우스님의 로마'드립을 치는 술라는.......이 정도면 술라의 응원(?)이 부하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래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술라의 병사라면 저런 소리 듣고 사기가 뚝뚝 떨어질 것 같네요.


[만화/리뷰] 로마의 딸 - 13화 (부제 : '로마'를 원하는 자들.) 만화 속의 반짝임

 다시 한 번 중요치 않은 장면을 나레이션으로  스킵하며 시작합니다.

 작중에서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가 결국 만났습니다. 크라수스 생년 BC 115, 폼페이우스 생년 BC 106으로 9살 차이가 나니 30대와 20대로 꽤 나이차가 나지만 전능하신 모에화의 힘으로 겉보기에는 차이는 안 느껴집니다. 애초에 술라가 지금 57세쯤의 중늙은이 나이로는 안 보이지만요.

 이 둘은 초반부터 경쟁관계를 보이는데 폼페이우스의 ‘하신 게 별로 없다’는 말은 미래를 생각하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까놓고 폼페이우스보다 빨리 출세한 사람은 로마 공화정 역사를 통틀어 없다고 봐도 좋으니까요. 돈이 곧 권력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사업가에 가까웠던 크라수스는 근본이 전사였던 폼페이우스에게 밀리는 인상이 있었죠. 이 때는 고대, 전쟁 한 번이면 평생 사업해도 못 벌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시대였으니까요.

 작중에서 스쳐지나가듯 나온 L.C.스키피오 아시아티쿠스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동생으로 안티오코스 3세 메가스를 격파한 스키피오 아시아티쿠스의 4대손 같습니다. 제가 잘못 안다면 지적해주세요.

 이번에는 술라의 과거가 술라 자신의 꿈으로 묘사됩니다. 저도 이거보고 찾아봤는데 술라도 몰락귀족 출신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꿈속에서 마리우스의 행진(개선식일까요?)에 나온 군기에 2군단과 Minervia(미네르바에게 바쳐진)가 쓰여 있는데 제가 무식한고로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작가분이 잘 아시겠죠.

 꿈을 보면 마리우스의 모습이 결국 술라를 전쟁터로,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것이나 다름없어보이는데 마리우스가 카이사르도 그렇고 여러 사람 인생을 난세로 끌어들였네요. 진정한 의미에서의 팜 파탈 같습니다.

 크라수스가 아주 전쟁에 무지한 인간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참모 노릇 하는 걸 보니 위화감이 드네요. 크라수스가 폼페이우스에 이어 술라에게도 무시당하는 걸 보면 이게 크라수스의 컨셉인가 싶기도 합니다. 크라수스는 술라에게 작전을 설명하다가도 갑자기 혼자 비즈니스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적을 앞에 두고도 돈 버는 방법부터 궁리하는 사업가의 귀감이네요.

 작중에서 묘사된 삼니움 군대의 모습을 보면 다시 한 번 본작의 남녀 TS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삼니움 군대에 보이는 여성들은 삼니움의 고위직인걸까요?

 대제관이 살해당하고 그 모습을 카이사르가 지켜보는 장면은 과거 마리우스가 한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 마리우스는 카이사르를 신관으로 만들면서 철장 속의 삶이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했었죠. 그러나 현실은 그것조차도 진정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삼니움 군대에 두려워하던 시민들이 술라를 떠올리고 술라에게 로마를 지켜달라고 외치는데 뭐, 지켜주긴 하겠죠. 그 로마의 의미가 꽤 좁을 거라는 의심이 듭니다만.

 삼니움 족이 로마를 한 번 먹어보자고 외치지만 로마는 브렌누스가 갈리아 족을 이끌고 함락시킨 걸 마지막으로 누구도 수백 년간 함락시키지 못했습니다. 그 한니발조차도 실패했고 알라리크의 시대에 와서야 성공했죠. 다만 알라리크가 로마를 함락시키기 전까지 로마 군대는 좀 자주 로마에 돌입했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별개로 삼니움은 로마 근처 친구들이라 그런지 무장만 보면 거의 리틀 로마군 수준입니다.

 마지막에 나온 술라의 광기어린 독백은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나온 장면 중 마리우스가 “귀 아프다.”고 하면서 루키우스 목을 끊는 것과 함께 제일 괜찮은 장면이었습니다. 마리우스가 검은 윤곽 가운데 안광이 번득이는 듯한 연출이 많았다면 술라는 얼굴 윤곽조차 없이 눈만 뚜렷히 빛나는 식이 많네요. 개인적으로 더 비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연출로 보여서 좋습니다.



[만화/리뷰] 로마의 딸 - 12화 (부제 :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만화 속의 반짝임

 저번이 크라수스 편이었다면 이번엔 폼페이우스 편입니다. 개그캐릭터에 가까웠던 크라수스에 비해 상당히 종잡기 어려운 캐릭터로 표현되고 있네요.

 술라가 폼페이우스에게 마그누스라는 별명을 준 일화는 상당히 재미있게 넘어갔습니다. 이 표현, 크다는 의미도 있지만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 별명 사용자가 알렉산드로스 메가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이후에 안티오코스 3세 메가스도 썼고 후일 폼페우스에게 끝장나는 미트리다테스 6세도 메가스.......생각해보니 사용자들이 로마의 적들이었잖아. 괜히 내전에서 패한 게 아니었군.

 술라가 폼페이우스를 평한 겉으로는 얼빵한 게 속으로는 천박하다는 표현. 듣기만 하면 구밀복검의 음모가인 듯 하비만 여기서의 폼페이우스는 그 고사보다도 더 애매하고 불확실합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정말 순진한 천연으로도, 반대 시선으로 보면 끔찍하게 교활한 음모꾼으로도 보이거든요. TS까지 고려하면 정말 팜 파탈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중에서 폼페이우스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웃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런 인간은 조심하는 게 좋아요. 특히 사람의 살고 죽는 문제에서까지 웃는다면 더욱요. 그런 인간은 여러분이 죽을 때도 웃고 있을지 모릅니다.

 킨나와 세르토리우스가 작전회의를 하면서 술라에 대한 대처에 고민합니다. 술라가 이렇게 로마 군대로 로마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한데는 마리우스가 크게 한몫했죠. 마리우스가 로마군을 개혁시킨 공과 더불어 군대가 개인의 사병으로 전락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으니까요. 마리우스가 죽고 나서 마리우스파가 그 때문에 위기에 처하는 걸 보니 참.

 킨나와 세르토리우스 사이에서 군대의 약탈 얘기가 나오는데 뭐, 자기가 직접 돈 써서 무기(특히 필룸! 투창이라 소모품인데 비싸기까지!)랑 갑옷, 기타 등등을 사야 하는 고대 군대에서 약탈은 사실상 비공식적 수입이나 다름없었죠. 이 문제는 산업 및 농업, 자본에 혁신이 일어나 군대에 식량, 물자, 봉급 공급이 원활해지고 나서야 해결되기는 개뿔. 2차 대전 때도 심심하면 일어났습니다.

 한니발은 히스파니아에서 빠져나왔는데 세르토리우스는는 들어가려고 하네요. 나중에 세르토리우스의 히스파니아에서의 이야기가 나중에 나올지 궁금합니다.

 폼페이우스와 세르토리우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은 큰일 없이 넘어갔지만 세르토리우스에게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 있었다면 여기서 폼페이우스를 죽였을 겁니다. 둘의 악연을 나중에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폼페이우스의 아버지, 폼페이우스 스트라보가 부정적인 의미로 잠깐 언급됩니다. 마그누스의 아버지(여기서는 어머니) 폼페이우스 스트라보가 그리 평이 좋지 않았다는 말이 있더군요. 뭐, 폼페이우스는 곧이어 정말 흉악한 별명을 얻겠지만 말입니다.

 마리우스도 그렇고 킨나도 일단 죽고 나서 나중에 누군가의 회상으로 죽음이 언급됩니다. 마리우스는 카이사르의 회상, 킨나는 폼페이우스의 회상에서.......설마 술라도 크라수스나 키케로 회상으로 나오지는 않겠죠?

 술라와 폼페이우스가 마지막으로 나누는 대화에서 로마에는 재미있는게 많았으면 한다는데, 로마에는 재미있는 게 많을 겁니다. 특히 그 둘한테는 그렇겠죠. 아무렴요.



[만화/리뷰] 로마의 딸 - 11화 (부제 : 크라수스) 만화 속의 반짝임

 의외로 한 화 전체를 크라수스가 챙깁니다. 이제껏 말 그대로 한 글자도 언급되지 않은 보상인 듯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데뷔합니다.

 크라수스의 과거사가 나오는데 작중에서는 처음으로 독자한테 직접 말하듯 1인칭으로 서술됐습니다.

 로마 정권에 맞서는 사람들은 다들 한 번 쯤 가보는 것 같은 히스파니아 지방에서 등장합니다. 중국의 사천 지방과 왠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후로도 에스파냐 기반 정권과 이탈리아 기반 정권은 꽤 자주 다투거나 뜻이 안 맞습.......그게 아니라 유럽 역사가 다 그렇죠 뭐.

 피바다에 비극적이던 카이사르 이야기에 비해 만만찮게 힘든 상황임에도 크라수스는 어딘가의 황상 패러디까지 나오는 등 훨씬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이게 크라수스의 개성으로 잡힌 것 같네요. 설마 죽을 때도 이러는 건가.

 잡혔을 때 당할 일 얘기하니 말이지만 나중에 실제로 적에게 잡힐 때는 야한 만화 같은 일은 안 당할 겁니다. 아마도요.

 크라수스를 설명할 때 아예 대놓고 미래 삼두정의 일원이라고 설명이 나옵니다. 폼페이우스도 카이사르도 이런 거 없이 이름만 나온 거에 비하면 특별취급입니다. 삼두정 빼고도 장군이나 정치가로로 얘깃거리가 많은 둘에 비해 부자라는 걸 빼면 묘하게 삼두정의 일원으로만 소개되는 크라수스의 신세 때문일까요. 사실 크라수스의 죽음과 함께 삼두정이 끝나긴 하지요.

 노예 두명이 등장하는데  크라수스는 실제로 노예 두 명의 시중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 화 내내 비교적 우스운 이미지이던 크라수스지만 마지막에는 가벼워 보이면서도 사실은 꽤 날카로운 말을 꺼냅니다. 아마 크라수스의 돈 번 방식도 그렇고 사람의 욕심을 이용하는데 뛰어난 인물로 묘사하지 않을까요.


[만화/리뷰] 로마의 딸 - 10화 (부제 : 예언과 포르투나) 만화 속의 반짝임


 죽기 직전의 마리우스가 카이사르에게 속내를 말하는 화였습니다.

 지독하게 인간적인, 너무나도 이기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솔직한 내용이죠. 마리우스는 초반부터 언급됐지만 대체적으로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는 상당히 모호했는데 정작 죽고 나서 꽤 설명됐습니다.

 마리우스의 독백으로 전공이 여럿 나오는데 묘하게도 외적에 맞선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그냥 초창기부터 설명하다 멈춘 것인지 마리우스가 동족들과 싸운 이야기를 하기가 싫었던 것인지. 마리우스의 유명한 별명인 제 3의 건국자도 등장합니다. 제 1은 당연히 로물루스, 제 2의 건국자는 고대에 로마시가 유일하게 함락 당했을 때 맞섰다는 마르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죠. 카밀루스와 그의 로마 함락 당시 에피소드에 관해서는 이말 저말이 있다지만 제가 역사 전문이 아닌고로 논하지는 못합니다.

 과거 장면에 술라가 같이 등장하는데 둘이 한 때는 같이 싸웠죠. 정확히는 술라가 마리우스의 부하였다가 갈라졌지만요. 그러고 보면 여기서는 술라가 얀데레로 집착하고 있는데 혹시 갈라진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설마 전에 나온 대로 군권을 빼앗기자 망상회로를 돌렸던 거라면 나름 대단합니다만.

 마리우스가 초반에 말했던 예언이 카이사르와의 대화 중에 좀 더 직접적으로 암시되지만 직접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이 만화 꽤 고수용이라고 봅니다. 만화를 100%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의 로마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거든요.

 마리우스가 말하듯 포르투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가지고 놀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가 카이사르죠. 마티우스 말마따나 카이사르는 여기서 끝나지 않지만 그게 정말 행복하고 어린 시절의 카이사르가 원하던 것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카이사르와 마티우스의 관계가 매우 강렬하게 묘사되는데 흠, 이 작품의 우정이 강렬한지 그 이상의 무엇인지는 지켜봐야 알겠군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 카이사르가 최후를 맞은 후에도 마티우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우정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고 나서도 자기를 아껴주는 친구를 한 명이라도 남겼다면 가치 있는 삶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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